▲ 오병익 충북도삼락회장 겸 아동문학가

조용했던 교실에 겨우내 모은 얘기 / 땅 밑 소식이 포개 앉았다 / 나뭇가지 눈뜨는 소리 / 새 학기 아이들처럼 시끄럽다 / 새싹도 나비도 아지랑이도 / 교실을 기웃거리며 ‘난 몇 학년?’ / (새 학기‧오병익) 봄꽃처럼 학교 풍경이 정겹다.

자연과 시합하듯 움쭉움쭉 크는 아이들, 발 구른 자리마다 생기가 돌고 장밋빛 분위기로 백년 기지개를 켠다. ‘입학 환영·새 학기 축하’ 현수막 아래 학부모는 밀원을 발견한 꿀벌처럼 바쁘다. 임용고시 3수로 애타던 아파트 옆 라인 새내기 박선생도 어엿하게 첫 출근(고등학교)했다. 202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KAIST 부설 충북 AI BIO 영재고가 청주 오송에 들어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교육 수난시대다. 마침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안 중 교육 부문 구도가 밝혀졌다. 28년 해묵은 유보통합(영유아교육+보육통합), 초등 전일제, 대학 기본역량제도 개편 등 굵직한 부분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우리나라 교육을‘붕어빵 교육, 공장형 교육’에 비유 “엘리트 교육과 평등 교육 사이의 이념 대립을 넘어서야 한다”며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과 디지털 기술이 만난 하이터치 하이테크”를 강조했다. 기존 패러다임으론 4차 산업 선도형 창의융합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배배 꼬인 문제 정답 찾기 훈련(지식중심 무기)에서 이제 아이디어 조합 무기로 교학상장(敎學相長)을 달궈보려는 주문으로 들렸다. 그럴수록 사람 되는 풀무질이 우선 아닌가. 돌이켜보면 현 교육부수장이 53대(2010년 8월 30일 - 2013년 3월 10일) 교육부장관 시절 ‘시·군교육청’을 ‘교육지원청’으로 명칭 변경하면서 현장의 소리는 외면됐다.

필자가 청주교육청 학무국장 재직 시, 관내 교육가족의 여러 데이터를 수집분석 반대 입장을 피력하려들자 다른 핑계로 건너 뛴 걸로 기억한다.

단세포적으로 바꾸려들면 교육 현장에서는 괜찮다 싶은 내용조차 거부 또는 곧잘 질리게 된다. 개혁 플레이션을 너무 앞세울 때 성장엔진도 꺼진다. 멀리 봐야 한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지난 연말부터 매주 국무회의에 배석한다고 들었다. 본격 개혁 겨냥 청신호로 보인다. 무조건 GO 보다 공감대를 형성해 교육동맥을 만드는 게 훨씬 탄탄하다. 서울 한복판 초등학교 문까지 닫는 인구 절벽, 이런 추세라면 사람 냄새조차 언제 끊길지 안개속이다.

당장 충북과 서울지역 초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전원이 발령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져 혼란스럽다. 개혁의 시작과 끝은 사람인데 아이 낳는 세상부터가 중차대한 과제다. 심란한 ‘백년지대계’의 반전일터 합리적 종합처방(단비·햇볕·달빛)을 속도감 있게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