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3회 충북도민체전 종합우승 비하인드 스토리

◎‘실전은 기세야, 기세!’

지난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무려 4개 부문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여러 명대사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최우식 배우의 대사 “실전은 기세야, 기세”는 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당시 큰 유행을 탔다. 영화상에서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사이비(?) 과외 선생이 조언하는 대사였지만, 이 대사가 이처럼 유행하게 된 것은 현실에서 이처럼 기세가 중요한 경우가 실제로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스포츠 무대에서 ‘실전은 기세’인 경우가 많다. 각 종목별로 대회 초반 성적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종합대회에서 초반 성적이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초반 기세가 중요’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진천군은 사전경기 단골 1위
진천군체육회장직에 오른 후 앞서 치른 2번의 도민체육대회 경험은 본 대회에 앞서 치러지는 사전경기 성적이 각 시군 선수단의 ‘기세’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지난 2022년 옥천군에서 열린 제61회 대회에서 진천군은 목표한 대로 종합3위로 대회를 마쳤는데, 당초 청주 충주에 이어 3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최지인 옥천군 및 시단위 지자체인 제천시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당시 사전경기로는 야구, 합기도, 배드민턴이 열렸는데, 시범종목인 야구와 합기도는 종합순위에 반영되지 않는 만큼 배드민턴 성적이 중요했다.

경기 결과 진천군은 배드민턴에서 대회 3연패를 달성하며 우승, 사전경기 종합순위 1위로 본 대회를 맞이하면서 옥천군, 제천시를 순위 경쟁에서 일찌감치 따돌린 것은 물론 본 대회 마지막 날까지 충주시와 치열하게 2위 경쟁을 했을 정도로 사전경기에서의 기세를 잘 이어나갔다.

이 같은 사전경기 ‘기세 지키기’의 흐름은 지난해 영동군에서 열린 제62회 대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사전경기로 열린 야구(시범), 태권도, 배드민턴, 게이트볼 중에서 태권도와 배드민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역시 종합순위 1위로 본 대회를 시작했다.

당초 목표했던 종합 2위를 위해 충주시와의 순위 경쟁이 예상됐는데, 사전경기 3종목(시범경기 제외) 중에서 2개 종목에서 우승한 기세로 대회 초반부터 충주시를 멀찌감치 따돌렸고, 3일간의 본 대회 기간 중 둘째 날까지 청주시와 1위 경쟁을 치열하게 이어갈 정도로 사전경기에서의 기세가 끝까지 이어졌다.  

◎전략 종목의 사전경기 배치로 초반 기세몰이 해야
이처럼 앞선 두 번의 대회를 통해 사전경기 결과가 본 대회 성적에 미치는 중요성을 잘 알기에 우리 진천군에서 17년 만에 치른 지난 5월 제63회 충북도민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사전경기에 어떤 종목들을 배치하느냐가 목표한 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사전경기 종목에 대한 최종 결정은 대회 주최 측인 충북체육회에서 하게 되지만 사전경기의 취지 자체가 제한적인 각 시군의 경기장 시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인 만큼 대회 개최지인 진천군과 진천군체육회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리 진천군은 사전경기 종목 배치에 매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전경기를 할 만한 종목 중에서 우승 가능 전력을 갖춘 종목들을 추려서 배정해야 했다. 

◎뜻밖의 반대에 부딪혀
우선 가장 우승이 확실한 족구와 축구 학생부를 먼저 확정지었다. 지난해 전국체육대회 우승팀인 ‘생거진천 런’ 족구단의 실력은 이미 도내를 뛰어넘었고, 매년 전국 대회 우승 트로피를 10개 이상 들어 올리는 진천 유소년FC의 실력 역시 지난해까지 월등한 성적으로 대회 2연패 중이었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두 종목 모두 선수단 역시 진천군체육회가 이끌고 있어 종목 단체의 협조를 받는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 다음으로는 실업팀 보유로 해마다 자동 우승이나 다름없는 성적을 내 온 태권도(일반부)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사전경기로 대회를 치르며 무려 대회 4연패를 달성한 배드민턴, 항상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을 가진 탁구, 과거 수없이 전국을 제패했던 영광을 되살리고픈 그라운드골프 등이 사전경기 후보로 올라왔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진천군체육회의 바람과 달리 각 종목으로부터 뜻밖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동안 여러 차례 사전경기를 치르며 진천군을 위해 희생했으니 홈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만이라도 본 대회 때 경기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강력한(?) 요청이었다.

때문에 종목별 대표자 회의를 열어 각 종목에 양해를 구했고, 탁구와 그라운드골프는 간신히 사전경기 개최 허락을 얻어냈다. 태권도와 배드민턴에 대한 설득은 힘들어져 경기장 여건상 사전경기가 필요한 몇 가지 종목들을 대상으로 제비뽑기까지 동원하여 소프트테니스와 풋살을 추가로 확정지었다. 

우선 확정한 족구와 축구 학생부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우승을 해야만 하는 종목이었고, 탁구와 그라운드골프는 우승이 가능한 전력이지만 변수가 많아 최악의 경우 3~4위로 밀려날 수도 있는 종목이었다. 제비뽑기로 확정된 풋살과 소프트테니스는 사실 진천군 입장에서는 약체로 분류한 종목이었다. 풋살은 앞선 시범경기로 열린 전년도 대회까지 진천군은 한 번도 출전한 경험이 없었다.

첫 출전이라서 준결승까지만 올라가면 만족할 전력이었다. 소프트테니스는 최근 수년간 한번도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린 적이 없어 4강에 드는 것이 최상의 목표였다. 

◎최상의 시나리오 완성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해 온 진천군은 역시 강했다. 대회 첫 금메달은 족구에서 나왔다. 사전경기 2일차인 5월 4일 오전에 예상대로 족구가 이변 없이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낭보가 이어졌다. 소프트테니스가 오후에 4위로 대회를 마쳤고, 탁구가 진천군에 두 번째 우승을 가져왔다.

풋살은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해 공동 3위. 사전경기 마지막 날인 5월 9일에 축구 학생부가 역시 이변 없는 우승으로 대회 3연패를 달성했고, 그라운드골프는 여자부 금메달에 이어 남자부에서 총점 1점차로 간신히 은메달을 따내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모든 종목이 목표한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로 대회를 마친 것. 이로써 당초 시범경기 6개 종목 중에서 3개 종목 우승을 예상했던 진천군은 이를 뛰어넘어 4개 종목에서 우승, 나머지 2개 종목에서 공동 3위와 4위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본 대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역대급 종합우승 배경엔 시범경기 선전의 기세
이 같은 시범종목에서의 기세는 본 대회로 그대로 이어졌고, 대회 마지막 종목인 축구에서도 충주시와의 결승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 그 기세를 끝까지 유지했다.

도민체육대회 만년 우승팀인 청주시는 이번 제63회 대회에서 만큼은 진천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대회 결과 진천군은 일반부 28개 종목 중에서 무려 12개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단 6개 종목에서 우승한 청주시와 격차를 벌렸고, 금메달 수에서도 진천군은 47개로 23개의 청주시를 크게 앞질렀다.

그 결과 종합점수 29,346점이라는 전대미문의 점수를 획득, 26,688점에 머문 청주시를 무려 2,658점이라는 큰 점수 차로 누르고 대회 종합우승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다. 진천군으로서는 대부분의 종목에서 예상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사전경기에서의 선전을 통해 기세를 이어갈 수 없었더라면 이 같은 성적이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아무튼 사전 경기를 허락해 줘 대회 초반 기세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 준 6개 종목의 임원 및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크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